제 2장: 숨겨진 적들
페이지 1: 새로운 위협
베를린 남부, 황량한 골목.
제이크, 에이바, 알렉세이는 폐공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쫓아오는 적들을 따돌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에서 세 사람은 빠르게 이동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우릴 추적하는 게 단순한 경비병들이 아닐 수도 있어." 에이바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뒤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권총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KGB 특수요원일 가능성이 높아. 동독에서 활동하는 애들보다 훨씬 훈련된 놈들이지." 알렉세이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주변을 스캔했다. "그리고 우릴 그냥 놔두진 않을 거야."
제이크는 한 건물의 어두운 틈새로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더 이상 도망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적어도 우리의 다음 움직임을 계획해야 해."
그 순간, 저 멀리 골목 끝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헤드라이트가 꺼져 있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이제 선택할 시간이 없어." 에이바가 벽에 등을 기대며 숨을 골랐다. "싸울 준비를 하든가, 완전히 사라지든가."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살폈다. 바로 옆에는 오래된 호텔 건물이 있었고, 출입구는 열려 있었다.
"저기 안으로 들어가자. 우릴 숨길 만한 공간이 있을 거야." 제이크가 빠르게 말했다.
알렉세이가 그 방향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안에서도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 대비하고 들어가야 해."
세 사람은 빠르게 움직였다. 문을 밀어 열고 호텔 내부로 들어서자,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낡은 로비에는 반쯤 부서진 가구들이 어둠 속에 자리하고 있었고, 벽에는 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완전히 버려진 건물인가?" 에이바가 낮게 중얼거렸다.
제이크는 귀를 기울였다. 아무도 없는 듯했지만, 완전한 고요는 오히려 위험을 암시하는 법이었다. 그는 재빠르게 계단 쪽으로 걸어가며 위층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 순간, 천장 위쪽에서 희미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이곳을 감시하고 있었다.
"우릴 기다리고 있었어." 알렉세이가 이를 악물었다.
"놈들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우리가 선제 공격해야 해." 제이크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천천히 총을 들어올리며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응시했다.
공기 속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이번엔, 숨어있는 적을 먼저 찾아야만 했다.
페이지 2: 그림자 속 추적자
제이크는 계단 끝자락에 멈춰섰다. 손에 쥔 권총을 단단히 움켜쥐며 천장을 응시했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발소리,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기척. 단순한 바람 소리는 아니었다.
"한 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에이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제이크 옆으로 다가오며 총구를 위로 향했다. "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어."
알렉세이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주변을 살폈다. "우리가 먼저 움직일까, 아니면 놈들을 유인할까?"
제이크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해. 여기서 수세에 몰리면 답이 없어."
그 순간, 위층에서 뭔가 빠르게 움직였다. 쿵! 발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에이바가 총을 들어 사격했다. 팡! 팡! 첫 발은 벽을 맞췄고, 두 번째 탄환은 그림자의 어깨를 스쳤다.
그러나 적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몸을 낮추며 손에 든 단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빛을 받아 번뜩였다. 제이크는 재빨리 몸을 숙이며 반격을 가했다. 그의 주먹이 적의 턱을 강타했고, 적은 비틀거리며 뒤로 넘어졌다.
"놈들 더 있다!" 알렉세이가 소리치며 사격을 가했다. 위층에서 또 다른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총을 들고 있었다. 팡! 팡! 총성이 울렸고, 총알이 벽을 스쳐 지나갔다.
제이크는 빠르게 몸을 피하며 외쳤다. "엄호해! 내가 측면을 노릴게!"
에이바는 즉각 반응했다. 그녀는 적을 정조준하며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명중했다. 적이 비명을 지르며 난간을 붙잡고 휘청거렸다. 그 순간, 제이크가 측면으로 접근해 단숨에 그를 쓰러뜨렸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계단 위쪽에서 또 다른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빠르게 무전기를 꺼내 무언가를 보고했다. "타겟 확보! 지원 요청한다!"
"지원군이 온다." 알렉세이가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어."
제이크는 빠르게 판단했다. "위층으로 가자. 이대로 도망치면 사방에서 몰릴 거야. 먼저 놈들의 머리를 쳐야 해."
에이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럼 빨리 끝내자."
세 사람은 위층으로 돌진했다. 이번 싸움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목숨을 건 사투가 될 것이 분명했다.
페이지 3: 고립된 전투
위층 복도는 더 어두웠다. 낡고 먼지가 쌓인 바닥에서 세 사람의 발소리가 조심스럽게 퍼져 나갔다. 벽에는 오래된 샹들리에가 흔들리며 불안정한 빛을 비추고 있었다.
"놈들이 곧 들이닥칠 거야." 알렉세이가 뒤를 살피며 낮게 말했다. 그는 탄창을 점검하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지금 완전히 갇혀 있어. 출구는?"
제이크는 손짓으로 복도의 끝을 가리켰다. "저 문 뒤에 연결된 비상계단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전에 놈들을 처리해야겠지."
그 순간, 위층 반대편 문이 거칠게 열리며 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팡! 팡!
즉각적인 총격전이 벌어졌다. 에이바는 몸을 날려 근처 테이블 뒤로 숨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총을 겨누고 첫 번째 적을 명중시켰다. 적이 비틀거리며 벽에 부딪히더니 쓰러졌다.
제이크는 낮은 자세로 복도를 가로질러 뛰었다. 적의 탄환이 그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신속하게 벽 뒤로 몸을 숨긴 후, 한쪽 다리를 내밀어 적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쓰러진 적이 반격할 틈도 없이 그의 총구가 정확히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탕!
적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더 많은 병력이 복도로 몰려오고 있었다.
"뒤쪽으로 빠져야 해!" 에이바가 외쳤다.
"시간 없어!" 알렉세이가 난간을 뛰어넘어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격투를 벌였다. 그는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며 주먹을 적의 턱에 꽂았다. 적이 비틀거리는 순간, 그는 신속하게 단검을 꺼내어 목을 찔렀다.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고, 또 한 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제이크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이다! 출구로 이동!"
세 사람은 비상계단 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그들 앞에 새로운 적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단순한 경비병이 아니었다. 검은 복장을 한 정예 요원들이 차가운 눈빛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이제 어쩔 거지?" 에이바가 낮게 중얼거렸다.
제이크는 피식 웃으며 총을 단단히 쥐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대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지."
공기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음 순간, 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
페이지 4: 비상계단의 함정
첫 번째 총성이 울리자, 비상계단의 어둠 속에서 적들의 실루엣이 명확해졌다. 검은 복장을 한 정예 요원들이 정확한 사격 자세로 서 있었다.
팡! 팡!
제이크가 먼저 몸을 숙이며 총을 쏘았다. 탄환이 벽을 스치며 금속 계단을 울렸다. 적들은 예상했던 듯 재빠르게 흩어졌고, 복도와 비상계단이 순식간에 전장으로 변했다.
에이바는 허리를 낮추며 계단 난간 뒤로 몸을 숨겼다. "놈들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는 건, 우리가 찾는 파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알렉세이가 숨을 몰아쉬며 재장전을 마쳤다.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내밀어 정확한 사격을 가했다. 팡! 적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적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위층에서도 사격이 이어졌고, 좁은 계단은 총탄이 튕기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제이크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계단 난간을 잡고 몸을 날렸다. 그의 발이 금속 난간을 밟고 튕기며 위층으로 도약했다. 적들이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그는 공중에서 두 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첫 번째 적이 머리에 맞고 쓰러졌고, 두 번째 적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며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쾅! 제이크가 발로 가슴을 걷어차며 벽에 부딪히게 만들었다.
에이바는 재빨리 기회를 잡았다. 그녀는 남은 적을 향해 달려들며 근접전을 시도했다. 적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녀는 손목을 비틀어 총을 쳐냈다. 쾅! 총이 계단을 타고 굴러내려갔다. 이어 그녀의 무릎이 적의 복부를 강타했고, 그의 얼굴을 손잡이 난간에 찍어버렸다. 적은 저항할 힘조차 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알렉세이는 빠르게 계단 아래쪽을 확인했다. "지원군이 더 오고 있어! 시간이 없어!"
제이크는 눈을 번뜩이며 계단 위쪽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올라가야 해. 옥상으로 나가면 도망칠 길이 있을 거야!"
세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적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끝낼 시간이다." 에이바가 이를 악물며 마지막 탄창을 장전했다.
옥상이 그들의 마지막 탈출구가 될 것인지, 혹은 새로운 함정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페이지 5: 옥상의 결단
세 사람이 비상계단 마지막 층에 도착하자, 녹슨 철제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제이크는 힘을 주어 문을 밀어봤지만, 안쪽에서 잠긴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잠겼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뒤에서 적들의 발소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에이바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잠깐만, 저 문은 오래된 모델이야. 강제로 열 수 있어!"
알렉세이가 탄창을 점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한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 알지? 10초 안에 열지 못하면 놈들이 도착할 거야."
제이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 쾅! 한 번, 두 번, 세 번. 그와 동시에 에이바는 헤어핀을 꺼내 문고리에 꽂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잠금을 조작했다.
뒤쪽 계단에서 적들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왔어! 서둘러!" 알렉세이가 외쳤다.
마지막 순간, 철컥! 문이 풀리며 약간 열렸다. 제이크는 있는 힘껏 문을 밀었고, 차가운 밤공기가 그들을 감쌌다.
"나가!" 에이바가 먼저 옥상으로 몸을 던졌다. 제이크와 알렉세이도 뒤따랐다. 그들이 막 옥상에 발을 디디자마자, 뒤에서 적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팡! 팡!
총성이 울렸고, 옥상 가장자리의 콘크리트가 부서졌다. 제이크는 몸을 웅크리며 난간 뒤로 숨었고, 에이바는 재빨리 엎드려 응사했다.
"출구가 있어?" 알렉세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적들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에이바는 옥상을 둘러보며 반대편에 연결된 배수관을 발견했다. "저쪽이야! 배수관을 타고 내려갈 수 있어!"
"아래로 내려가면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 제이크가 물었다.
에이바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적어도 여기보단 낫겠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적들이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한 순간의 결정이 그들의 생사를 가를 터였다.
페이지 6: 절박한 탈출
적들의 발소리가 옥상으로 퍼졌다. 총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기척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들의 선택은 단 하나였다—지금 당장 옥상을 떠나야 한다.
"이제 내려가야 해." 에이바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제이크는 난간에 걸린 배수관을 확인했다. 낡고 녹슬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먼저 몸을 던지듯 배수관을 붙잡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철제 파이프가 삐걱거렸지만, 버텼다.
알렉세이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난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배수관을 붙잡고 제이크를 따라 내려갔다.
에이바는 마지막으로 적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총을 겨누었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배수관을 잡고 미끄러졌다. 바로 그 순간, 총성이 울렸고, 총알 하나가 배수관을 강타했다.
쾅! 배수관이 심하게 흔들렸고, 에이바는 균형을 잃었다. 손이 미끄러지며 공중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는 가까스로 벽에 붙어 있던 파이프를 붙잡았다. 숨을 몰아쉬며 다시 힘을 주어 내려갔다.
아래에서는 제이크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주었다. "무사해?"
에이바는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없어. 빨리 움직이자."
세 사람은 폐건물의 뒤쪽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뒤에서 적들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일단 시야에서 벗어났다.
"이제 어디로?" 알렉세이가 숨을 고르며 물었다.
제이크는 깊은 숨을 내쉬며 어두운 거리를 바라봤다. "베를린 장벽 근처로 가자.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하나뿐이야."
그들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페이지 7: 장벽을 넘는 자들
베를린 장벽은 어둠 속에서도 위압적으로 서 있었다. 감시탑의 불빛이 거리를 훑으며 움직였고, 철조망 너머로 동독 군인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곳을 넘어야 한다고?" 알렉세이가 낮게 중얼거렸다. "쉽지 않을 텐데."
"쉽다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지." 제이크가 짧게 웃으며 주위를 살폈다. "감시 패턴을 분석해야 해. 20초 간격으로 불빛이 움직인다. 순찰이 사라지는 틈을 노려야 해."
에이바는 신중하게 망루를 살폈다. "우리가 장벽을 넘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어. 저기 저격수가 있어. 우리가 움직이면 바로 쏠 거야."
제이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럼 우릴 발견하기 전에 처리해야겠지."
알렉세이가 몸을 낮추며 주머니에서 소음기를 꺼냈다.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뒀지."
그는 조심스럽게 총을 들어 올리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저격수가 시야를 돌리는 순간, 팡! 짧고 날카로운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저격수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앞으로 쓰러졌다.
"이제야 좀 수월해졌군." 에이바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빨리 움직이자."
세 사람은 감시탑의 불빛이 사라지는 순간을 노려 조심스럽게 장벽 아래로 이동했다. 제이크가 가방에서 작은 집게발 장비를 꺼내 철조망에 걸었다. 장벽을 넘기 위한 마지막 준비였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알렉세이가 긴장된 표정으로 속삭였다. "놈들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이고 있을 수도 있어."
제이크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장비를 장착했다. "그러면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지."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 검은색 차량들이 빠르게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에이바가 이를 악물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놈들이 있군."
"이제 선택할 시간 없어!" 제이크가 장비를 잡고 먼저 장벽을 넘었다.
알렉세이와 에이바도 빠르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차량들이 점점 가까워지며 헤드라이트가 그들을 비췄다.
"발각됐어!" 알렉세이가 소리쳤다.
총성이 다시 한 번 울릴 순간이었다.
페이지 8: 골목 속의 망명자들
어두운 골목길로 몸을 던지듯 들어선 순간, 세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적들의 차량 헤드라이트가 멀어지며 주변은 다시 검은 그림자로 덮였다.
"잠깐 숨 돌리자." 알렉세이가 벽에 기대며 말했다. 그의 어깨에서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제이크는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있을 순 없어. 놈들이 금방 뒤쫓아올 거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겠지."
에이바는 골목 끝자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다면, 그들도 예상할 거야. 지금 우리가 움직이면 바로 함정에 빠질 수도 있어."
그 순간,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골목 끝에서 검은색 차량이 조용히 멈춰 섰다.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내렸다. 그는 중절모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었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여기까지 오는 데 꽤 오래 걸렸군."
제이크는 즉시 총을 들어 겨누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누구지?"
남자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진정하게, 친구들. 난 널 돕고 싶어. 그리고… 너희도 날 돕게 될 거야."
에이바는 그를 찬찬히 살피며 물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나?"
그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정보원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에서 베를린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지. 그리고 네가 찾는 파일도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지 몰라."
알렉세이는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좋군. 결국, 또 하나의 거래군."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말했다. "자, 선택은 너희에게 달렸어. 날 믿고 따라오든가, 아니면 스스로 길을 찾든가. 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희가 가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거야."
제이크와 에이바, 알렉세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덫에 걸린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은 없다는 것이었다.
페이지 9: 위험한 제안
제이크는 총을 든 손을 내리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남자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에이바도 마찬가지였다. 알렉세이는 아픈 어깨를 움켜쥔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우리가 널 믿어야 할 이유를 들어보지." 제이크가 낮게 말했다.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믿고 안 믿고는 네 선택이야. 하지만 너희가 찾고 있는 ‘메크거프 파일’을 찾으려면 내 도움이 필요할 거야."
에이바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 파일이 어디 있는지 안다는 건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고 있지. 파일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보관되고 있어. 일부는 베를린 동쪽, 나머지는 서쪽에 있지."
알렉세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난 이 도시에 대해 너희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 그리고… 나 역시 그 파일이 필요해. 우리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보면 되겠지."
제이크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 "우릴 함정에 빠뜨리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봐, 만약 내가 너희를 넘겨줄 생각이었다면, 벌써 이 골목은 적들로 가득 찼을 거야. 난 네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대신 난 내가 원하는 걸 얻을 뿐이야."
에이바는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남자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파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대신, 나를 서쪽으로 안전하게 빼내 줘. 난 이 도시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방법이 없어. 동독 정보부와 KGB 모두 날 원하고 있거든."
알렉세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군. 또 하나의 위험한 거래군."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위험이 따르지 않는 거래가 어디 있겠어?"
제이크는 다시 한 번 에이바와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같은 갈등이 엿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좋아." 제이크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네가 우릴 배신하면…"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날 아르노라고 불러. 우리, 오래 함께할 테니까."
페이지 10: 작전 개시
골목 끝자락에 세워진 검은색 차량이 조용히 출발했다. 아르노는 운전석에 앉아 서둘러 길을 빠져나갔다. 차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지?" 에이바가 창밖을 보며 물었다.
아르노는 조수석에 앉은 제이크를 힐끗 보며 말했다. "먼저, 동베를린의 한 창고로 가야 해. 그곳에 파일의 일부가 보관되어 있어. 하지만 그냥 들어가서 가져올 순 없지. 우리가 먼저 처리해야 할 장애물이 몇 개 있어."
알렉세이는 뒷좌석에서 조용히 탄창을 교체하며 물었다. "어떤 장애물 말이지?"
아르노는 짧게 웃으며 운전대를 돌렸다. "슈타지가 지키고 있는 보안 구역에 있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제이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좋아.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들어간다는 거지?"
아르노는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물며 미소를 지었다. "침투, 교란, 탈출.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않나?"
에이바는 긴 한숨을 내쉬며 총을 만지작거렸다. "이제 정말 후퇴할 길이 없군."
제이크는 이를 악물며 차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 어둠 속에서 그들이 향할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페이지 11: 슈타지의 덫
아르노의 검은색 차량이 조용히 동베를린의 어두운 거리를 가로질렀다. 창밖으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슈타지 요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도시는 숨죽인 듯 고요했지만, 그 속에 도사린 긴장감은 피부를 파고들 만큼 날카로웠다.
"우린 정확히 어디로 가는 거지?" 에이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르노는 백미러를 보며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루스트하우젠 창고. 슈타지의 비밀 자료 보관소 중 하나지. 그 안에 메크거프 파일의 일부가 있어."
제이크는 그의 말을 듣고 미간을 좁혔다. "일부라고? 전체 파일이 아니라?"
아르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파일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이 창고에는 그중 가장 중요한 단서가 있어. 문제는 그걸 그냥 가져올 수 없다는 거지."
알렉세이는 총을 확인하며 물었다. "어떤 문제?"
"보안이 삼엄해. 내부에 24시간 순찰하는 요원들이 있고, 건물은 최신식 전자 시스템으로 보호받고 있어. 게다가…" 아르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후진 미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릴 미행하는 차가 있어."
제이크는 반사적으로 창문을 통해 뒤를 살폈다. 50미터쯤 뒤에서 검은색 볼보 한 대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고 있었다.
"놈들 슈타지인가? KGB인가?" 에이바가 낮게 물었다.
아르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핸들을 살짝 틀었다. "둘 다일 가능성이 높지. 하지만 확인할 시간은 없어. 우리 방식대로 처리해야겠군."
그는 갑자기 골목길로 급격하게 차를 틀었다.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으며 미끄러졌고, 뒤따르던 차량도 급하게 방향을 바꿨다.
"놈들 속도를 올렸다!" 알렉세이가 경고했다.
"좋아, 그렇다면…" 아르노는 갑자기 차를 급정거하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차가 순간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들의 차를 들이받았다. 충격음과 함께 앞유리가 갈라졌고, 두 차량이 골목 한복판에 멈춰 섰다.
제이크는 곧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총을 꺼내 겨누며 빠르게 적들의 차량으로 접근했다. 운전석에서 나온 남자는 푸른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눈빛은 냉정했다.
"슈타지 요원이군." 제이크가 낮게 말했다.
그 순간, 남자는 코트 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제이크는 더 빨랐다. 팡! 첫 번째 총성이 울렸고, 슈타지 요원의 손목이 맞으며 총이 떨어졌다.
에이바와 알렉세이도 곧바로 움직였다. 뒤쪽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요원이 나왔지만, 에이바의 신속한 사격이 그들을 저지했다. 팡! 팡! 짧고 정교한 사격이 이어지며 요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알렉세이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르노는 멀리서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시간 없어. 놈들이 더 올 거야. 창고까지 최대한 빨리 가야 해."
제이크는 몸을 돌려 차량에 올라탔다. "좋아. 그러면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고."
차량이 다시 속력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슈타지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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