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재회
페이지 1: 프랑크푸르트의 그림자
1973년 11월 21일, 서독 프랑크푸르트
밤은 무겁고 차가웠다. 공기의 습기가 네온사인 불빛을 희미하게 번지게 했고, 거리에는 두툼한 코트를 걸친 사람들이 바삐 지나갔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근처, 허름한 바 **"블랙 아이스"**의 창문에 희미한 연기가 서렸다. 그곳에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에이바 콜드웰은 검은 드레스 위에 어두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손톱 끝에는 미묘한 붉은색이 남아 있었다. 바텐더가 그녀의 앞에 위스키 한 잔을 밀어두고 말없이 떠났다. 그녀는 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키며 바깥을 바라봤다. 이곳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그녀의 접선 상대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며 키가 크고 짙은 회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알렉세이 페트로프. 러시아 악센트가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의 짙은 회색 눈빛에는 의심과 예리함이 깃들어 있었다. 살짝 일그러진 미소가 그의 입가를 장식했지만, 그 미소 속에는 결코 신뢰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바깥을 한 번 훑어보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요, 콜드웰."
에이바는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낭비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거든요, 알렉세이."
그는 그녀 맞은편에 앉으며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그의 손끝은 마치 그 어떤 흔들림도 없다는 듯 안정적이었지만, 시선은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당신이 찾는 메크거프 파일은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손에 넣기 전에, 다른 누군가도 찾고 있다는 거지."
에이바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CIA?"
알렉세이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CIA, 그리고 KGB까지. 말하자면, 우리가 양쪽 모두에게 쫓기고 있다는 말이야."
그녀는 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물었다. "누가 먼저 움직였지?"
알렉세이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고, 입술은 살짝 타이트하게 닫혔다.
"제이크 모로. 네가 알고 있는 이름일 거야."
에이바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제이크는 여전히 전장의 그림자를 두르고 있는 남자였다. 베트남에서의 지옥을 겪고 살아남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인가 부러진 듯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동요가 스쳤지만, 금방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
"그가 왜?"
알렉세이는 천천히 손가락을 탁자 위에 두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도 메크거프 파일을 찾고 있어. 문제는, 그가 파일을 회수하는 게 아니라, 없애려 한다는 거야."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없애려고 한다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그걸 막아야 하고."
에이바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가 진실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는 한, 이 임무는 절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물러설 선택지는 없었다.
바의 문이 다시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오며,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제이크 모로가 도착했다.
페이지 2: 위험한 재회
제이크 모로는 한 걸음 한 걸음 바 안으로 들어섰다. 짙은 네이비 블루 수트 아래 숨겨진 근육이 그의 경계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의 짙은 갈색 눈동자는 피로에 젖어 있었지만, 그 속에는 날카로운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그의 시선이 에이바와 알렉세이를 지나가며 멈추었다. 눈가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고, 입술은 날카롭게 다물어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바텐더에게 다가가 조용히 주문했다.
"블랙 커피."
순간 바에는 묘한 정적이 흘렀다. 에이바는 그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몇 년 전의 제이크보다 더 마르고, 더 거칠어 보였다. 전장과 피로가 그를 더욱 날카롭고 냉혹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가볍게 머리를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야, 제이크. 네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는데."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게. 나도 이곳에서 너를 보게 될 줄 몰랐지."
알렉세이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자, 우리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았으니, 이제 진짜 게임을 시작해 볼까?"
제이크는 그의 말에 별다른 반응 없이 의자에 앉았다. 에이바는 그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파일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제이크는 에이바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확신과 피로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 파일이 세상에 공개되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지게 될 거야. CIA든 KGB든, 아무도 원하는 결말이 아닐 거다."
알렉세이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네가 믿고 싶은 이야기겠지. 하지만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다른 거야. 이 파일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누가 최후에 살아남을지 말이야."
에이바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가, 결론을 내렸다.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다.
이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페이지 3: 그림자 속의 총성
바깥에서 문득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창문의 유리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순간, 에이바의 촉각이 반응했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코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제이크와 알렉세이는 동시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창문이 박살났다.
탁! 탁!
총성이 울려 퍼졌고, 바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바텐더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몸을 숙였고, 손님들은 혼란에 빠져 엎드리거나 비틀거리며 출구를 향해 도망쳤다.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졌고, 희미한 연기가 총구에서 피어올랐다.
에이바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허리춤에서 소형 권총을 꺼냈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지만, 손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날카롭게 사방을 훑었다.
제이크는 즉시 테이블을 뒤집으며 몸을 엄폐했다. 그의 표정은 차갑고 단호했다. "놈들이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군."
알렉세이는 재빠르게 옆 테이블 뒤로 몸을 피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우리를 따라온 게 KGB인지 CIA인지 궁금하군."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벽에 박힌 탄환이 나무 조각을 흩뜨리며 튕겨나갔다.
에이바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살짝 들어 공격자의 위치를 파악하려 했다. 바깥 거리에는 검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두 남자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훈련된 자들의 것이었다.
"우리를 없애려는 놈들이야." 제이크가 이를 악물며 속삭였다. "하지만 누구의 명령인지는 아직 모르겠군."
알렉세이가 조소를 머금었다. "아마도 파일을 원하지만, 우리를 산 채로 두고 싶지 않은 자들일 거야."
에이바는 총을 단단히 쥐며 낮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지."
제이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뒷문으로 나가야 해. 하지만 적들도 우리가 그렇게 할 거란 걸 알 거야."
총성이 다시 울렸고, 바 안의 조명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에이바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었다.
"준비됐어?" 그녀가 낮게 속삭였다.
알렉세이와 제이크는 서로를 바라보며 결의를 다졌다.
"이제 가자."
페이지 4: 화염 속 탈출
바 내부는 지옥이 되었다.
제이크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바의 중앙을 가로질렀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나무 벽이 조각나며 공중으로 튀었고, 날카로운 나무 파편이 피부를 할퀴었다. 그는 숨을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에이바는 신속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권총을 들어 올렸다. 팡! 그녀의 손에서 불꽃이 튀었고, 바깥에 숨어있던 사내가 목을 움켜잡으며 주저앉았다. 그러나 나머지 놈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격적인 자세로 바를 포위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제이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그는 뒷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수류탄이었다.
폭발의 충격파가 바닥을 흔들었고, 유리창이 와르르 부서졌다. 바텐더는 절규하며 뒤로 넘어졌고, 불길이 순간적으로 바닥을 핥았다. 연기가 빠르게 공간을 채우며 시야를 가렸다.
"젠장!" 알렉세이가 이를 악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며 출구를 탐색했다. 하지만 이미 바깥에서는 적들이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있었다.
에이바는 연기를 뚫고 제이크와 시선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단 하나의 선택만이 남아 있음을 읽었다.
"출구가 막혔어! 다른 길을 찾아야 해." 제이크가 외쳤다.
에이바는 즉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바닥 구석, 낡은 철제 뚜껑이 눈에 들어왔다. 바와 연결된 지하 배수로였다.
"여기야!" 그녀가 몸을 숙이며 빠르게 철제 뚜껑을 열었다. 금속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어둠이 아래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 없어!" 알렉세이가 뒤따르며 총을 고쳐 잡았다. 창문 바깥에서 또다시 총알이 날아들어 머리 바로 위 나무 기둥을 산산조각냈다.
제이크가 가장 먼저 몸을 숙여 지하로 내려갔다. 손에 들린 권총을 단단히 쥐며 주변을 경계했다. 곧이어 에이바가 조심스럽게 내려갔고, 마지막으로 알렉세이가 뚜껑을 닫으며 지하로 진입했다.
위쪽에서는 연기가 점점 짙어지고, 공격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에이바는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며 제이크와 알렉세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제 정말 살아남아야겠군."
제이크는 총을 들고 앞을 향해 걸어가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그들의 발소리가 어두운 배수로를 울렸다. 불길과 총성이 그들의 뒤를 삼키며,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위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지 5: 배수로의 사냥개들
차가운 공기가 지하 배수로 안으로 스며들었다. 물때가 낀 벽에서 희미한 악취가 풍겼고, 바닥에는 오랫동안 흐르지 않은 듯한 물이 고여 있었다. 위쪽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간헐적으로 울렸고, 먼지와 연기가 작은 틈새를 통해 내려왔다.
에이바는 숨을 가다듬으며 벽을 따라 몸을 낮췄다.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가락이 권총의 차가운 금속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제이크가 앞장서서 배수로 깊숙이 이동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걸음은 확고했다. 그는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앞을 주시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철제 환기구가 나올 거다.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어."
알렉세이가 뒤에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우리가 여기로 도망친 걸 알면?"
제이크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가 늦기 전에 움직여야 해."
그 순간, 위쪽의 배수로 뚜껑이 쿵! 하고 크게 울렸다. 적들이 도망 경로를 감지한 것이다. 금속 덮개가 거칠게 긁히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한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배수로 안을 울렸다. "놈들이 이쪽으로 들어갔다!"
에이바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우리보다 먼저 내려올 수도 있겠어."
제이크가 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겼다. 배수로의 바닥은 미끄러웠고, 철제 환기구까지의 거리는 아직 50미터 이상 남아 있었다. 알렉세이는 뒤를 돌아보며 권총을 꺼냈다. "놈들이 내려오면 환영해주지."
첫 번째 그림자가 배수로 입구에서 내려왔다. 그의 장화가 바닥을 강하게 울리며 착지했다. 곧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남자도 뒤따라 내려왔다. 모두 검은색 복장을 갖추고 있었고,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들고 있었다.
"우리 앞지르기 전에 처리해야 해." 에이바가 낮게 속삭였다.
제이크는 순간 멈춰서며 총을 겨누었다. 팡! 첫 번째 탄환이 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그는 숨도 쉬지 못한 채 쓰러졌고, 나머지 두 명이 빠르게 벽 쪽으로 몸을 피했다.
알렉세이도 곧바로 사격을 시작했다. 팡! 팡! 적들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반격이 시작되었다. 배수로 안은 순식간에 총성과 금속 파편이 튀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에이바는 몸을 숙이며 빠르게 이동했다. 한 손으로 벽을 짚고 나아가며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벽을 튕기며 적들의 머리 바로 옆을 스쳐갔다. "이러다간 끝이 없어. 빨리 나가야 해!"
제이크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알렉세이, 후방 지원! 에이바, 나랑 같이 나간다!"
그는 에이바의 손을 잡아 이끌며 철제 환기구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뒤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렸고, 적들이 계속해서 배수로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알렉세이는 권총을 재장전하며 악몽 같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놈들이 내려오는 한, 난 여기서 파티를 열어주지."
철제 환기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배수로의 끝자락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놈들이 앞길도 막았다!" 에이바가 소리쳤다.
제이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탄환을 재장전했다. "그럼 돌파하는 수밖에!"
숨막히는 추격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곧바로 불길한 그림자를 향해 돌진했다.
페이지 6: 절박한 돌파
제이크는 마지막 탄환을 장전하며 이빨을 꽉 물었다. 앞뒤에서 적들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돌파한다!" 그가 외쳤다.
에이바는 총을 든 손에 힘을 주며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 함께 나간다."
알렉세이가 뒤쪽에서 여전히 엄호 사격을 하고 있었다. 팡! 팡! 그의 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적들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배수로의 끝자락에서 서늘한 눈빛을 한 남자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리할 시간이야." 제이크가 몸을 숙이며 한쪽으로 회피 기동을 했다. 총성이 배수로의 좁은 공간을 울렸다. 벽에 박힌 총알이 돌조각을 튕겨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에이바는 허리를 낮추며 발 빠르게 이동했다. 총구를 겨누자, 적들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었다. 팡! 그녀의 탄환이 앞길을 막는 적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제이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접근하여 적의 손에서 총을 걷어차고, 그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아 벽으로 밀쳤다. "우릴 막으려고 온 거냐, 아니면 죽으려고 온 거냐?" 그가 낮게 속삭이며 주먹을 날렸다.
알렉세이는 마지막 남은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네 친구들은 끝났어. 마지막 기회를 줄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끝낼까?"
그 남자는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었다. 제이크는 그의 눈을 한 번 스캔하고는 더 이상 위험이 없음을 확인한 후, 곧바로 철제 환기구를 향해 뛰어갔다.
"이제 올라가자." 에이바가 말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환기구의 덮개를 들어 올렸고, 제이크가 먼저 기어 올라갔다. 바깥쪽에서 거친 공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배수로 아래에서 여전히 총성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제 다른 곳으로 도망칠 길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제이크는 주변을 살폈다. "우린 지금 어디로 가야 하지?"
에이바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다음 목적지는 베를린. 거기서 진짜 게임이 시작될 거야."
알렉세이는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이 전쟁, 이제부터 더 거칠어질 거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직감하며, 다시 한 번 도망이 아닌 공격을 준비해야 했다.
배수로 뒤편에서 마지막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페이지 7: 베를린의 칠흑 같은 밤
베를린, 1973년 12월 3일. 새벽 2시.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는 을씨년스러웠다.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하게 흔들리는 사이, 세 개의 그림자가 습기 찬 콘크리트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들은 이제 막 서베를린에 도착했다.
에이바는 숨을 고르며 낮게 속삭였다. "여기서부터는 더 조심해야 해. 이곳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눈이 있어."
제이크는 주변을 살피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이 도시에 우리를 기다리는 게 뭐든 간에,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지."
알렉세이가 시계를 확인했다. "우리 접선자는 15분 후 도착할 거다. 그전까지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해. 이곳은 위험하다."
멀리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건물의 어두운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갔다. KGB 요원인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가 보낸 자들인지 알 수 없었다.
에이바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총을 손 안에서 단단히 쥐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자가 누구든 간에, 이곳에서의 만남이 쉽지는 않을 거야."
제이크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만약 일이 틀어지면?"
알렉세이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총을 재장전했다. "그럼,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겠지."
그들의 발소리는 조용했지만, 그들의 그림자는 긴장과 폭풍을 예고하고 있었다.
거리 한쪽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공기가 기묘하게 무거웠다. 가로등이 잠깐 깜빡이며 어둠이 더욱 깊어졌다. 저 멀리, 오래된 공장 건물의 창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접선 장소였다.
에이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만약 접선자가 배신자라면?"
제이크는 조용히 탄창을 확인하며 낮게 대답했다. "그럼, 이 도시에서 우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되니까."
알렉세이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도시에서 죽어가는 게 우리만은 아니라는 거지."
그들은 천천히 폐공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는 작았지만, 그들이 다가오는 어둠 속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이제 베를린에서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페이지 8: 폐공장의 그림자
폐공장은 흉물스러웠다. 낡고 녹슨 철문이 반쯤 열린 채 바람에 삐걱거렸고, 벽 곳곳에는 오래된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붕의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있었고, 깨진 창문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들이 흘렀다. 이곳이 접선 장소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에이바는 주변을 스캔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정말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게 맞아?"
알렉세이가 주머니에서 접선자의 메모를 꺼내 확인했다. "좌표상으로는 여기가 맞다. 하지만 분위기가 영 좋지 않군."
제이크는 총을 꺼내 들고 조용히 움직였다. 그들의 발소리가 부서진 유리 조각과 먼지가 쌓인 바닥 위에서 희미하게 퍼졌다. 공장 내부는 텅 비어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
순간,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며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누군가 있어," 에이바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공장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중절모를 눌러쓴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그의 얼굴을 스치자, 깊은 주름이 패인 얼굴과 날카로운 눈빛이 드러났다.
"제때 도착했군."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제이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주시했다. "당신이 접선자인가?"
남자는 천천히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금속 상자를 꺼냈다. "이걸 원하겠지."
에이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게 우리가 찾던 정보인가?"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겠지. 하지만 경고하지. 이걸 갖고 떠나는 순간,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어. 이 도시는 너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알렉세이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가 원하던 정보라는 건 확실해 보이는데, 문제는 이걸 가진 순간 우리 목숨값이 더 올라간다는 거겠지."
제이크는 숨을 들이마셨다. "우린 이미 그 선을 넘었어."
그 순간, 공장 바깥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이 쾅! 하고 닫히며 메탈릭한 발소리가 울렸다.
에이바는 빠르게 몸을 돌려 총을 들었다. "우리만 온 게 아니었군."
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너희를 쫓는 사람들은 언제나 한 발 앞서 있더군."
공장 내부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싸워서 살아남아야 한다.
페이지 9: 함정의 시작
바깥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에이바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이며 공장 내부의 구조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창문은 대부분 깨져 있었지만, 도망치기엔 너무 높았다. 뒷문은 녹슬어 제대로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제이크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를 막으려면, 놈들은 최소한 두 개의 출입구를 확보했을 거야."
알렉세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탄창을 확인했다. "기습당하기 전에 움직이는 게 낫겠지. 어떻게 할까?"
그 순간, 쾅! 공장의 정문이 거칠게 열렸다. 붉은 조명이 문 뒤편에서 반짝였고, 강렬한 빛에 의해 적들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적어도 네 명,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우릴 기다리고 있었군." 에이바가 낮게 말했다.
남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낮게 웃었다. "난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너희가 알아서 해야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뒤쪽의 비밀 통로로 사라졌다.
제이크는 혀를 차며 몸을 낮췄다. "등을 맡길 놈이 아니었군. 준비해!"
그 순간,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페이지 10: 공장 속의 혈투
총알이 공장의 벽을 스치며 튀어 올랐다. 먼지가 피어오르고, 공장의 어두운 구석에 숨어있던 쥐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에이바는 즉각 몸을 낮추고 철제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의 손에 든 권총이 차갑게 빛났다. 총구를 겨눈 채, 상대방의 움직임을 살폈다.
제이크는 빠르게 바닥을 굴러 벽 너머로 이동했다. "놈들은 훈련된 자들이야. 허튼 수작 부렸다간 우릴 포위할 거야."
알렉세이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겠지."
그는 반대편에서 적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팡! 팡!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첫 번째 적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
적들은 분명히 계획된 움직임으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라디오를 집어 들고 짧은 암호를 내뱉었다. 추가 병력이 도착한다는 뜻이었다.
에이바는 이를 악물고 탄창을 교체했다. "빨리 끝내야 해. 지원군이 오면 우린 끝장이야."
제이크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주변을 살폈다. 공장의 낡은 2층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저기 올라가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알렉세이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하지만 저기 올라가는 순간, 놈들도 우릴 가만두지 않겠지."
제이크가 짧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야지."
세 사람은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이 끊임없이 사격을 퍼붓는 가운데, 공장은 총성과 피로 물들어갔다. 전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페이지 11: 혼돈 속의 결단
공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총성이 벽을 갈기며 금속 조각과 먼지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희미한 빛이 폭발적인 섬광 속에서 번쩍이며, 곳곳에 피 튀긴 흔적이 남아갔다.
에이바는 필사적으로 2층으로 뛰어올랐다. 손을 미끄러운 철제 난간에 걸치고 몸을 끌어올리는 동안, 총알이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굴러 몸을 보호했다.
아래에서는 제이크가 빠르게 움직이며 사각지대에서 사격을 가했다. 그는 상대의 발을 조준해 움직임을 제한했고, 적들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재빨리 머리를 노렸다. 팡! 짧고도 치명적인 한 방이 적의 이마를 꿰뚫었다.
반대편에서는 알렉세이가 미소를 머금으며 기둥 뒤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빠르게 목표를 확인하고 정확한 사격으로 두 번째 적을 쓰러뜨렸다. "놈들이 다가오고 있어! 이걸 빨리 끝내야 해!"
그 순간, 적들이 새로운 전술을 시도했다.
쾅!
공장 내부가 흔들렸다. 문 밖에서 투척된 섬광탄이 터졌고, 강렬한 빛과 폭발음이 귀를 찢었다. 제이크는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고 무릎을 꿇었다.
에이바는 눈을 감고 고통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적들이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알렉세이! 옆문으로 빠져나가야 해!" 그녀가 외쳤다.
"하지만 놈들이—" 알렉세이가 말하는 순간, 총알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그는 신음을 내며 벽에 기대섰다.
제이크는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도 몸을 날려 알렉세이를 잡아끌었다. "일단 나가자! 여기서 오래 버티면 끝장이야!"
에이바는 재빨리 주변을 스캔했다. 위층 창문 하나가 깨져 있었고, 바로 아래엔 녹슨 철제 컨테이너가 있었다.
"저길 이용하자!" 그녀가 외치며 빠르게 창문으로 이동했다. 적들이 쏟아지는 탄환 속에서 길을 가로막았다.
제이크는 권총을 비틀어 장전을 마치고, 머뭇거릴 틈 없이 가장 가까운 적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팡! 적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자, 에이바는 창틀을 넘어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녀의 몸이 컨테이너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곧 몸을 일으켜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어서!"
제이크는 알렉세이를 부축하며 빠르게 뒤따랐고, 마지막으로 철제 난간을 붙잡아 중심을 잡은 뒤 아래로 뛰어내렸다.
세 사람은 컨테이너를 넘어 공장 뒤편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배후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울리고 있었고,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릴 놓치지 않겠어." 제이크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에이바는 이를 악물며 앞을 바라봤다. "그러니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여기서 벗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어."
도시는 어둠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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